토스는 업무강도가 세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그런가?
제 3자가 옆에서 관찰한 토스인들은 어떨까?
지인 A: 서버 개발자, 3년차
지인 B: PO, 2년차
이 둘을 관찰해봤다.
어느날 저녁, A에게 같이 밥이나 먹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A는 일이 남아 있어서 어렵겠다는 대답을 했다.
그럼 좀 늦게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자 자정 늦게까지는 일해야 할 것 같단다.
이번엔 며칠 전에 미리 저녁 약속을 잡았다.
오랜만에 만난 A와 즐겁게 대화하며 고기를 굽던 중이었다. '또로록!' 익숙한 알림이 들려왔다.
일하는 중인 다른 동료들이 A에게 보낸 슬랙 멘션과 DM이었다.
그 알림은 밤 늦게 2차를 갈때까지 종종 울렸다.
개발자만 그런게 아니다. PO인 B는 한 술 더 떠 공휴일에도 일하러 가는걸 목격한 바 있다.
더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싶은 일이 있단다.
A든 B든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간혹 주말이나 휴일에도 연락하면 일하고 있다.
급한 일이 갑자기 생기거나, 본인이 욕심껏 더 잘 하고싶은 경우에 그러는 듯 하다.
좋다. 보통의 직장인보다 업무 시간이 긴 것은 잘 알겠다.
그런데 하루 종일 일해도, 설렁설렁 월급 루팡이 가능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연 업무 강도는 어떤가?
A와는 커리어 고민을 자주 나누곤 한다. 앞으로의 커리어 목표와 목표를 이룰 계획을 공유하는 식이다.
목표는 늘 하늘 높이 치솟는다. "나는 주니어니까..." 라든가 "내 연차에..." 라는 말은 들어본적 없다.
계획도 퍽 구체적이다. 가령 현재 팀에서 일정 퀄리티의 성과를 언제까지 내서 어떤 역량을 인정받는다.
그 후 특정 시점에, 좀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리딩한다.
듣기엔 멋있고 좋아 보이나, 여기엔 함정이 하나 있다.
본인의 현 업무와 앞으로의 업무를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고민할 수록 일은 많아진다.
내가 해야한다고 믿는 일을 주변 동료에게 설득해야 하고
설득에 성공하더라도, 내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하고
실제로 그 일을 맡았으면 이 일의 의미와 내 실력의 가치를 증명해보여야 한다.
토스가 얘기하는 DRI가 이 맥락과 이어진다.
DRI는 한 프로젝트의 최종 의사결정이 부장님도, 실장님도, 사장님도 아니고 내가 된다는 뜻이다.
(물론 토스는 부장도 실장도 없다)
bottom-up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그 최종 의사결정이 오롯이 내 몫이라고..?
이걸 해내려면, top-down 지시를 단순 이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업무량이 요구된다.
토스는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로 유명하다.
높은 성과를 내는 주변 동료들을 통해 각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회사에는 부장님 프레셔가 있다. 부장님의 눈치를 보고 일의 퀄리티를 결정한다.
그 과정에 부서 동료들은 서로의 워라벨을 챙겨주는 존재다.
근데 토스에는 부장님이 없다. 그러니 이 역할을 옆에 다른 동료들이 한다.
팀원 한 두 명이 일을 굉장히 잘하면 눈치가 보여서라도 부서 전체 생산성이 올라가는 셈이다.
와,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성장한다는 뜻이니 너무 좋군!
사실이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있다.
생산성이 올라간다
= 성장한다
= 지금보다 더 잘할 방법을 고민하는 노력 + 실제로 실행하며 체득하는 노력 + 그 과정에서 추가로 드는 시간 + 낯설고 새로운 도전에 드는 스트레스 + 실패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힘들거다.
지금의 A와 B는 토스 내에서 피어 프레셔를 주고 다른 팀원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장본인일 것이라 장담한다.
그런 이들도 초반에 들어갔을 때는 퍽 힘들어했다.
위의 수고로움을 감당할 마음이 없으면 잘 해내는 팀원들이 부담스러워 힘들테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으면
본인의 높은 기준을 따라잡고 실제로 해내기까지 드는 노력이 최소한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다.
좋다. 지금까지 토스가 얼마나 극악무도 한지 봤다.
이곳은 일이 빡세서 주 5.5일 12시간씩 일한다.
프로젝트 제안부터 최종 의사결정까지 팀원에게 시키는 살인적인 업무량을 가졌다.
일 잘 하는 동료들이 포진해 있고 다들 매우 열심히 해서 월급루팡 하기는 글렀다.
... 혹시 위 세 문장에 가슴이 뛰었는가?
우선 왜 뛴건지 파악을 해야한다. 도망치라고 외치는 심장의 비명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정말 간혹, 파란색 문구를 보고 설레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들에게 뒤에 붙은 빨간색 사족은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런 사람들이 토스에 지원한다. 토스가 마케팅을 잘했다.
A와 B도 그 마케팅에 혹해서 들어갔다.
그런 동료들이 모인 토스의 문화는 어떨까?
글쎄, 안 다녀봐서 모르겠다.
그러나 일이 매번 수동적으로 주어지고, 부서 이동에 보수적인 회사였다면
아마 저 정도로 주도적인 커리어 고민은 못 했을거다.
주변 동료들이 현실에 안주하거나 패배주의와 체념을 일삼는 곳이었다면,
저렇게 확신에 차서 성장을 부르짖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지인들은 보통 주니어들이므로)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연차에 의해 업무 범위를 정하는 회사였다면,
어떻게 더 큰 업무를 맡을 수 있을까 열과 성을 다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단점도 있을 것 같다. 토스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유사한 가치관을 가진 조직을 많이 봤던 터이다.
모두가 이렇게 높은 성과를 두고 달리는 조직들은 대부분, 구성원이 스스로를 갈아넣는게 당연해지기 쉽다.
'받는 만큼만 일한다' 또는 '적게 일할수록 이득이다'의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문화에 적응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A와 B는 일을 잘 하고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데 관심이 많다.
이들이 토스에 계속 남아 있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본다.
물론 모든 것은 명암이 있다.
어떤 사람은 본인 스스로 커리어 개척해나가는 것을 싫어할 것이다.
누군가는 회사에서 왜 이렇게까지 일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에겐 어쩌면 못견디게 힘든 문화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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