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미디어를 타기 시작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시작은 바야흐로 2019년.
IPCC의 기후위기 보고서로 인해
전 세계의 화석연료 줄이기 팀플이 시작되었고
선진국 위주로 앞다투어 법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주요국들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감소시키고
2050년에는 아예 없애는, net zero 목표를 선언했다.
원대한 신년 계획마냥 높이 치솟던 목표와
각국의 움직임과 여론까지 이끌어내며 희망이 보였으나
2022년 12월. 푸틴이 쏘아올린 전쟁으로 탄소배출이 다시금 늘어나고 있다.
이 팀플이 학교 과제였다면, 협동 점수는 0점을 넘어 저 아득한 마이너스를 기록했을테다.
나는 IPCC 보고서가 나오던 2019년부터 이 팀플이 망할거라 생각했다.
애초에 실현 가능한 목표인가?
탄소를 하나도 배출하지 않아야 한다니?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아는게 없어서
기후위기를 피하려면 차만 안 타면 되는줄 알았지만
그 기준으로 생각해도 불가능해보였다.
앞으로 남은 여생 동안 어떻게 차를 안 타고 사는가.
일회용 플라스틱을 안 쓰고 살 수 있는가?
핸드폰, 컴퓨터, 각종 전자기기를 안 쓰고 살 수 있는가?
냉난방을 안 하고 살 수 있는가?
살 수는 있겠지. 근데 온 국민이, 전 세계인이 저렇게 살긴 힘들거다.
그렇게 내 머리속 기후위기는, 해결될 수 없는 정해진 미래가 되어 버렸다.
미래를 알고자 기후위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찾아봤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초대형 태풍과 침수
피같은 돈 겨우 모아 산 부동산이 물에 잠기고
난민처럼 고지대로 올라가야 하고
기온 상승으로 인한 산호초의 죽음과 농업 생산량 감소
설국열차 꼬리칸처럼 바퀴벌레 양갱을 만들어 먹어야 배고픔을 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단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영화 장르가 딱 두 개 있다.
하나는 공포영화, 다른 하나는 재난영화다.
앞으로 올 미래가 저 두 장르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살다 살다 가장 싫어하는 장르를
VR로 서라운드 재생으로 직관하게 될 줄은 몰랐다.
기후위기가 언제 도래하는지 찾으면서부터는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각자 이야기가 달랐고 그 누구도 확답을 주진 못했으나
대강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도 보는 듯 했다.
내가 지금 20대니
10년 뒤면 30대, 30년 뒤면 50대가 아닌가
그때부턴 세상이 좀 이상하게 보였다.
인생은 40부터라는데. 거기 가기도 전에 재난 영화 찍을 수도 있다고?
근데 아무도 이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고
아무도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얘기하지 않는단 말이야?
누구보다 내 삶을 끔찍히 아끼는 나는 이대로 두고 볼 순 없었다.
그렇게 이 모든 여정이 시작되었다.
생존. 남은 여생의 평온함을 one and only 관심사로 두고 기후위기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앞으로 블로그에 올라올 글들은 그 과정에서 알게된 것들을 공유하고 나누기 위함이다.
모두 나눈 후에는 앞으로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내려 한다.
모든 정보가 정확하지도 않을 것이고
아직 모르는게 더 많다.
딱히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어떤 결론도 안 났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여러 고군분투가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도 나와 같은 불안이 있다면
함께 여정을 시작해봐도 좋겠다.
내 경험을 얻어가시라.
그리고 원한다면 댓글로 당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눠달라.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다.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기후위기'에 청년 캐릭터로 등장이 불가피하다면
차라리 어떻게든 살아남아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사는 주인공이 되자.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야만 하겠다.
그리고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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