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 합격을 축하한다. 이제 면접을 넘으면 고지가 눈앞이다.
나의 경우 카카오와 네이버를 비롯한 IT 업계에서 신입 기획/pm으로 일하고자 여러 면접을 봤었다. 그 과정에서 효과적이었던 전략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문과 신입을 기준으로 공유하는 개인적인 경험이니 참고만 하기 바란다.
당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가?
아마 예상 질문과 답변은 모두가 만들 것이다. 다들 아는 얘기를 먼저 해보자면 이렇다: 일단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올려놓은 질문들을 싹 다 긁는다. 자소서와 이력서 등을 보고 나올 것 같은 질문들을 추가로 만든다. 여력이 된다면 현업에서 일하는 분들께 질문을 부탁해도 된다. 이후 답변을 쫙 쓴 후 외운다. 내가 쓸 수 있는 에피소드들은 한정적일 거고, 질문 수는 보통 대여섯 개 정도 될 테니, 해당 에피소드들을 그때그때 질문에 맞게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외우면 된다.
나의 경우는 여기서 한 발짝만 더 갔다. '그래서 그 대답을 들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인식했으면 좋겠는데?' 이 질문을 항상 머릿속에 넣어놨다. 답변을 냅다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의 목적은 붙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면접관이 질문을 통해 나에게 얻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 포지션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해당 회사가 좋아하는 인재상 중 나라는 사람과 일치하는 부분을 캐치해낸다.(억지로 만들지 말고 진짜 진심으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라) 그리고 그걸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답변을 짜야한다. 그래서 각 대답이 딱 끝나면 면접관 머릿속에 '아 얘는 이런 애구나' 하고 각인이 될 수 있게!
당신은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
모의 면접도 많이 들어봤을 것 같다. 모의 면접은 왜 할까? 내가 미처 예상치 못한 질문이 있을까 봐? 내 경험상 어차피 면접 질문을 모두 예상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모의 면접이 중요한 이유는, 당신이 면접 시간 동안 스스로를 판매하는 영업 사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예상 답변을 적으면서 스스로를 판매하기 위한 멘트들을 생각해냈다. 그럼 이제 내 답변 내용과 말하기 방식이 남들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의 면접은 누구에게 부탁해야 할까? 첫째, 현업자여야 한다. 같은 취준생에게 부탁해봤자 그다지 의미 없는 피드백이 올 가능성이 크다. 그 친구들도 나만큼 모른다. 둘째, 내 희망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업계마다 분위기가 많이 다를 수 있어서다. 가령 현대차 면접과 카카오 면접은 집중해야 하는 포인트가 다를 수 있다. 현업자들도 자신이 속해 있는 곳밖에 모른다. 셋째, 같은 의미에서 내 지원 직무를 잘 아는 분께 부탁드리는 게 베스트다. 그러나 직무까지 맞추는 것은 보통 어렵기 때문에 같은 업계면 일단 부탁드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모의 면접을 한 두 번 받고 난 후, 거기서 끝내지 말자. 이제는 혼자서 답변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보는 것을 반복하기 바란다. 글로 쓰는 것과 말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 글로는 훌륭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말로 표현할 때는 형편없을 수 있다. 말하기란 본디 듣는 사람과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홀리듯 듣는 말하기를 구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오해 없이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건 내가 직접 찍어서 내 제스처와 표정, 목소리를 보면 안다. 내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 반복해서 스스로를 고쳐 나가는 게 필요하다.
더러운 구직 시장. 도대체 이 세상 누가 평소에 그렇게까지 생각해서 말한다고. 그게 내가 일 잘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어? 음.. 당신이 코드로만 말해도 박수받는 천재 개발자가 아니라면 아마 앞으로도 상관있긴 할 거다.
회사가 별 볼일 없는 사람 면접할 만큼 한가하지는 않다.
면접을 보기로 했다면, 적어도 그곳에서 당신의 이력서가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다. 면접 봤을 때 별 이상이 없으면 뽑겠다는 의사 표현인 거다. 그러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이력서에 쓰여 있는 게 진짜인지, 진짜라면 당신이 얼마나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당신이 이 회사랑 맞는 사람인지. 이렇게를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다. IT 업계랑 스타트업은 면접에서 당신이라는 사람의 실질적인 능력과, 가치관 등을 알고 싶어 한다. 내가 왜 당신네 회사에 들어가서 그 포지션으로 일 해야 하는지 설득하고 온다는 마음으로 가는 게 좋다. 아마 면접관들은 기쁜 마음으로 당신의 설득에 응할 것이다.
면접관들도 그냥 일하다가 잠깐 시간 내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솔직히 어렵다는 거 안다. 경력직이라면 모를까, 신입 입장에서는 면접관이라면 얼어버리기 십상이다.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다 대단해 보이고... 이번에도 떨어질까 무섭고... 알긴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내 입장을 일일이 생각해주지는 않는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얼어 있는 지원자보다는 좀 더 여유 있게 대답하는 지원자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들은 같이 일 할 동료를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다는 말은 듣는 이를 배려하거나 분위기를 풀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험은 이 사람과 함께 일 하는 모습을 더 긍정적으로 상상하기 쉽다.
질문을 이해 못 했으면 물어보면 된다. 답을 하다가 중간에 꼬였으면, '하하. 긴장했나 보네요. 다시 답변하겠습니다.' 하고 그냥 마저 대답하면 된다. 질문에 대답이 바로 어려우면 한 숨 돌리고 대답해도 된다. 내가 긴장해서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끝날 무렵 좀 더 어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말하면 된다. IT, 스타트업 업계는 실무진들이 면접을 본다. 무슨 말이냐면, 이 사람들도 면접에 대해서 전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가끔은 면접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이 면접관으로 오기도 한다. 저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나 혼자 어설프게 삐걱거린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냥 사람끼리 만난 자리다.
'앗, 이게 아닌가?' 싶었던 순간들 복기하기
만약 면접에 떨어졌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발전하는 것이다. 좌절스럽고 쳐다도 보기 싫겠지만, 인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답노트를 만들어야 한다. ('일어나... 다음 면접 봐야지...') 면접 중 내 대답에 갑자기 공기가 어색해졌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들을 쫙 다 복기하는 게 좋다. 잔인하지만, 다음에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게 훨씬 잔인하다. 보통 이런 경우는 내 답변이 충분히 깊지 않았거나, 해당 포지션이 알고 보니 내 경력보다 더 많은 것을 요했거나, 내가 말하는 연습을 충분히 안 했거나. 셋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다 개선 가능한 이유들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추천하자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회사 인사팀에 연락해서 불합격 이유를 물어봐라. 안 알려주는 곳도 있고, 알려주더라도 애매모호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경우도 있긴 할 거다. (사실 대부분 그렇다) 그래도 물어보는 게 좋은 이유는, 적어도 내 속이 시원하기 때문이다. 떨어지고 좌절스러운 이유는 내 실력과 가치가 내 생각보다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두려움은 덮어둘수록 커진다. 정말 그런 이유였다 하더라도 아예 대놓고 듣는 게 훨씬 낫다. 게다가 듣고 나면 오답노트를 만들 힘이 난다. 이게 제일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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